폐건전지 재활용 의무화, 해외 국가와 한국의 차이점 비교
환경 정책의 핵심 자원, 폐건전지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국가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다양한 전기제품을 생활에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사용 편리성이 뛰어난 일부 가전기기들은 건전지를 사용함으로써 폐건전지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나 편리성만을 따지고 이를 단순한 생활폐기물로 생각하여 함부로 배출하여서는 안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됩니다. 그 이유는 그 안에는 다양한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으며, 부적절한 처리는 토양과 수질 오염, 심지어 대기오염까지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폐건전지는 망간, 아연, 니켈, 리튬 등 산업적으로 매우 유용한 자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은 폐건전지 수거와 재활용을 체계화하고 있으며, 법적 의무화 또는 생산자 책임제 등을 통해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폐건전지 분리배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의무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일부 한계를 지적받고 있습니다. 이유는 우리나라는 폐건전지에 대해 단순히 분리배출을 권장하고 있는 수준인데 반해 해외 주요국이 제조적으로 폐건전지 분리배출에 대해 제도적으로 강제성을 갖춤으로써 국가간 정책 설계의 구조적 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의 사례를 중심으로 폐건전지 재활용 정책이 어떻게 설계되고 운영되는지, 그리고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해외 주요국의 폐건전지 재활용 정책은 ‘생산자 책임’이 핵심입니다
폐건전지 재활용 의무화에서 가장 선도적인 국가 중 하나가 유럽연합입니다. EU는 2006년 '배터리 지침(Directive 2006/66/EC)'을 통해 모든 회원국에게 폐건전지 회수 및 재활용 의무를 법적으로 부여하였습니다. 이 지침은 건전지 제조업체에게 수거·재활용 시스템 구축 책임을 부여하며, 국가별 회수 목표치를 설정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와 독일은 회수율이 50%를 초과하고 있으며, 생산자가 회수비용을 부담하고 소비자는 무료로 반납할 수 있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일본은 ‘소형 전지 재활용 협의회’를 통해 전국적으로 수거 체계를 정비하였으며, 가전점·학교·공공시설 등에서 누구나 손쉽게 폐건전지를 반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지역 자치단체와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여 수거 인프라를 공동으로 관리함으로써, 회수율과 참여율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각 주별로 분리배출 관련 법률이 다르지만,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건전지 제조사와 판매업체에 수거 의무를 부여하고, 수거율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미권에서는 소비자 리워드 제도와 연계한 참여 유도 방식도 눈에 띕니다.
한국의 폐건전지 재활용 정책은 ‘권장’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폐건전지 분리배출은 일찍부터 강조되어 왔으며, 주민센터·아파트·학교 등을 중심으로 수거함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거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전국적인 집계 시스템이나 생산자 책임 연계 구조는 아직 미흡한 실정입니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안타깝지만 연간 배출되는 폐건전지의 상당량이 여전히 일반 생활쓰레기로 유입되고 있으며, 지역 간 수거율 격차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국의 경우, ‘폐건전지 수거는 주민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구조가 강하고, 건전지 제조·판매업체에 직접적인 수거 책임을 부과하는 제도가 없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수거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의 통합 시스템과 법적 의무화가 부재하여 지속 가능성이 낮고, 회수 실적도 지역 편차가 큽니다.
아래 표는 해외 주요 국가들과 한국의 폐건전지 재활용 정책을 항목별로 비교한 것입니다.
비교 항목 | 유럽연합(EU) | 일본 | 캐나다 | 한국 |
법적 의무화 여부 | O (지침 기반 의무) | O (자율협약 + 규제 병행) | O (주별 법령 존재) | △ (강제성 없음, 권장 중심) |
생산자 책임 부과 여부 | O (EPR 시스템 적용) | O (기업-지자체 연계) | O (주정부가 책임 할당) | X (제조사 책임 부재) |
소비자 참여 유도 방식 | 무료 반납, 홍보 캠페인 | 교육자료 제공, 분리수거 안내 | 포인트 적립, 매장 반납 제도 | 자율 참여 캠페인 및 포스터 중심 |
회수율(평균) | 약 45~55% | 약 30~40% | 약 35~45% | 약 20% 미만 (정확 통계 부족) |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폐건전지 재활용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국가들은 모두 강제적 제도와 기업 책임, 실질적 소비자 참여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자발적 참여만으로 수거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구조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폐건전지 재활용 제도의 보완 없이 실천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폐건전지는 배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적절하게 회수되어야만 재활용 공정을 거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실제 회수되지 않으면 재생산이 불가능하며, 결국 매립이나 소각으로 이어져 환경 부담만 가중됩니다. 해외 국가들은 제도 설계의 단계부터 이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에 집중하였으며 그 결과, 제도와 인프라, 참여에 이르는 구조의 시스템이 구축되고 선순환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한국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단순한 캠페인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생산자 책임제(EPR) 확대, 소비자 리워드 시스템 도입, 지역별 수거 성과 공개와 같은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동시에 소비자 역시 ‘환경에 좋은 행동’이라는 추상적 인식에서 벗어나, 폐건전지를 분리배출하는 것이 곧 자원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홍보 전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자원순환 정책은 더 이상 캠페인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폐건전지처럼 수거율이 낮고 환경위해성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특히 더 강력하고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한국도 글로벌 환경정책 수준에 걸맞은 자원 회수 구조를 갖추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