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하와 인플루언서 시대

아보하와 인플루언서 문화의 피로

인플루언서라는 존재는 현대인의 이상을 구현한 듯 보인다. 언제나 멋진 옷차림, 완벽한 배경, 특별한 경험을 소비하며, 그 과정을 수많은 팔로워에게 보여 준다. 그러나 이 화려함은 점차 역효과를 낳는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특별함은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덜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며, 끊임없는 비교 피로를 불러일으킨다. 심리학자 페스트링거가 말한 ‘사회적 비교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자존감을 형성한다. 인플루언서 문화는 이 비교를 과잉 증폭시키는 구조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들조차 더 이상 화려함만으로는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팔로워들은 피로해졌다. 화려한 여행기와 명품 소비보다는, “오늘도 별일 없이 무탈하게 보냈다”는 기록에서 더 큰 위안을 얻는다. 아보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차별화된다. 과잉된 특별함 속에서, 오히려 평범함이 차별화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아보하와 SNS 비교 피로, 평범함이 주는 안도

SNS 피로의 핵심은 ‘끊임없는 비교’다. 타인의 삶이 내 것보다 화려하다고 느끼는 순간, 자존감은 무너지고 불안이 커진다. 심리학적으로 이를 ‘소셜 비교 불안’이라 한다. 인플루언서 시대의 아이러니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모두가 특별함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특별함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차별화는 오히려 평범함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어떤 인플루언서는 매일 저녁 같은 집밥 사진을 올린다. 화려한 레스토랑도, 고급스러운 플레이팅도 없다. 하지만 팔로워들은 “이게 진짜 삶 같다”, “내 삶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고 댓글을 남긴다. 이는 아보하적 평범함이 사람들의 비교 피로를 완화하고, 오히려 공감과 차별화를 동시에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보하 사례로 본 인플루언서의 전환

사례는 아보하적 평범함이 인플루언서 문화에서 어떻게 새로운 전략이 되는지 잘 보여 준다.

유튜버 P씨는 초기에는 럭셔리 여행 콘텐츠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의 반응은 냉랭해졌다. 그는 방향을 바꾸어 ‘무탈한 하루 루틴’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창문을 열고 커피를 내리는 장면, 저녁에 책을 읽다 잠드는 순간이 전부였다. 놀랍게도 조회 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시청자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된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생 인플루언서 Q양은 매일 같은 구도의 책상 사진을 올린다. 화려한 배경은 없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했다. 팔로워들은 “꾸미지 않아서 좋다”, “진짜 공부하는 모습이 귀엽다”고 말했다. 이는 아보하적 콘텐츠가 무해력·소소함·귀여움과 결합하며 인플루언서 시대의 새로운 차별화 전략이 됨을 보여 준다.

 

아보하와 사회학적 맥락, 차별화의 재정의

사회학적으로 보면, 아보하 열풍은 ‘탈과시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과시적 소비와 화려한 경험이 차별화의 수단이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 문화가 이 과시를 과잉 증폭시키면서, 차별화는 평범함으로 이동했다. 사회학자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이론을 빌리면, 이제 구별의 방식은 더 이상 과시적 소비가 아니라 ‘평범한 반복의 유지’에 있다.

이는 소비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화려한 브랜드 제품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의류와 생활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 역시 해외보다 동네 산책과 로컬 카페에서의 반복된 경험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아보하는 결국 “나는 특별하지 않다, 나는 무탈하다”라는 태도를 통해 새로운 구별짓기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사회적 피로에 대한 집단적 해답이다.

 

아보하와 상업화의 위험

그러나 아보하가 인플루언서 시대의 차별화 전략으로 자리 잡으면서 위험도 존재한다. 이미 일부 브랜드는 ‘아보하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출시하며, 평범함마저 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보하의 본래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 평범함은 소비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보하가 단순히 또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사람들은 다시 피로를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아보하는 상업화된 감각이 아니라 ‘실천적 태도’로 유지되어야 한다. 오늘의 무탈 루틴을 기록하는 노트, 친구와 나누는 소소한 대화, 하루를 정리하는 작은 의식 같은 실천이 아보하의 본질을 지켜낸다.

 

아보하와 미래, 디지털 시대의 평범함

인플루언서 시대 이후에도 아보하는 더욱 중요한 철학이 될 것이다. 앞으로 AI와 메타버스가 일상을 지배하게 되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더 모호해질 것이다. 화려한 이미지와 자극적인 콘텐츠는 넘쳐나겠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현실의 평범함’을 더욱 그리워할 가능성이 크다.

아보하는 이 시대의 해독제가 된다. 평범한 집밥, 무탈한 산책, 반복되는 루틴은 디지털 세계에서 점점 더 귀해질 것이다. 인플루언서 시대의 아이러니는 결국 미래의 방향을 보여 준다. 차별화는 화려함이 아니라 평범함에서, 경쟁이 아니라 무탈함에서 만들어진다.

 

인플루언서 시대의 역설은 분명하다. 특별함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평범함이 차별화의 기준이 된다. 아보하는 이 전환을 설명하는 가장 적확한 언어다. 비교의 피로를 덜어 내고, 사회적 구별짓기를 다시 쓰며, 상업화의 유혹 속에서도 실천으로 살아남는 힘. 결국 아보하는 인플루언서 시대가 남긴 아이러니 속에서 가장 강력한 해독제이자, 가장 특별한 평범함의 철학으로 자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