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하 감성 여행의 정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것이다. 항공권을 예매하고, 숙소를 정하고, 유명 관광지를 방문해야만 ‘여행했다’는 말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보하는 이런 생각에 질문을 던진다. “여행은 꼭 멀리 가야만 의미가 있을까?”
아보하는 무탈한 하루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이동과 작은 체험을 여행으로 본다. 집 앞 골목을 산책하거나, 동네 카페 창가에 앉아 햇살을 즐기는 순간, 시장의 소음을 들으며 장을 보는 시간이 이미 여행이다.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가 말했듯, “풍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보는 방식만이 있을 뿐”이다. 아보하적 여행은 결국 시선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관광지 중심 여행의 피로와 아보하적 대안

현대 여행은 점점 피곤해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느라 일정은 빽빽하고, SNS 인증을 위해 사진을 찍는 데 몰두한다. 결과적으로 여행이 끝나면 남는 것은 허무와 피로다. 사회학자 딘 매카넬은 현대 관광을 “진정성을 소비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대중화된 관광지는 더 이상 진정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으며 단지 ‘관광객을 위한 무대’일 뿐이다.
이때 아보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관광지를 소비하는 대신, 평범한 일상의 공간을 여행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시장, 골목, 도서관, 카페 등이 진정한 무대가 된다. 

 

연구와 학문이 말하는 아보하 여행의 힘

심리학적 관점

하버드대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짧고 소소한 행복이 반복될 때 장기적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멀리 떠나는 여행은 강렬한 자극을 주지만, 그만큼 피로도 크다. 반면 동네 산책, 작은 이동은 예측 가능성과 안정감을 주면서도 회복력을 높인다.
영국 UCL의 뇌 과학 연구(2021)는 일상 속 작은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창의성이 20%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즉, 평범한 공간에서의 작은 이동이 뇌와 마음을 회복시키는 여행이라는 것이다.

 

사회학적 관점

도시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도시의 반복되는 움직임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는 장치”라고 했다. 동네 카페, 시장, 공원 같은 일상 공간은 사람들이 사회 속에 안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시킨다.
즉, 아보하 여행은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을 회복하는 문화적 행위라고 하겠다.

 

문화연구적 맥락

일본의 ‘소확행’, 덴마크의 ‘휘게’는 아보하 여행과 닮은 점이 있다고 하겠으나 엄밀히 말하면 소확행은 소비적 행복에, 휘게는 공동체적 따뜻함에 집중한다면, 아보하는 개인의 평범한 하루 자체에 초점을 둔다. 이는 한국 사회의 불안 속에서 등장한 치유적 문화 코드라고도 하겠다. 

 

개인 사례로 보는 아보하 여행

사례 1. 직장인의 시장 여행

서울의 30대 직장인 정씨는 매주 토요일 동네 시장을 찾는다. 예전엔 해외여행을 계획하느라 지쳤지만, 지금은 시장을 여행지로 삼는다. “시장에 가면 계절이 보여요. 한 달 전에는 딸기가 가득했는데, 지금은 복숭아가 있어요. 그 변화를 보면서 시장이 내 삶의 달력이 된 것 같아요.” 정씨에게 시장은 단순한 장보기가 아니라 생활 속 여행이다.

 

사례 2. 대학생의 공원 여행

20대 김양은 시험이 끝나면 먼 여행 대신 근처 공원을 찾는다. “벤치에 앉아 햇볕 쬐며 책 읽다 졸면, 마치 낯선 여행지에 와 있는 기분이에요.” 김양에게 공원은 돈과 시간을 많이 쓰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여행지다.

 

사례 3. 은퇴자의 강변 여행

은퇴한 박씨는 매일 아침 동네 강변을 걷는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돼요. 강변에서 찍은 사진만 모아도 내 인생의 여행기가 돼요.”
그에게 강변은 해외여행보다 더 진정성 있는 삶의 기록이다.

 

사례 4. 프리랜서의 카페 여행

프리랜서 이씨는 매일 같은 카페 창가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본다. “낯선 손님들이 오가는 것만 봐도 마치 다른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아요.” 이씨의 카페는 심리적 안정과 창의성을 동시에 주는 여행지다.

 

사례 5. 가족의 운동장 여행

한 가족은 주말마다 동네 학교 운동장을 산책한다. 아이들은 놀고, 부모는 벤치에서 대화를 나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아이들이 웃는 모습만으로 여행 같아요.” 이처럼 아보하 여행은 관계의 무탈함을 확인하는 순간이라고 하겠다.

 

아보하 여행 실천 가이드 연구 사례 결합

아보하적 여행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작은 움직임과 태도가 중요하다. 짧은 이동만으로도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서울대 연구처럼, 매주 하루를 ‘동네 여행의 날’로 정해 가까운 거리를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행은 멀리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짧은 이동을 새로운 루틴으로 삼을 수 있다. 또한 심리학에서는 기록이 경험을 강화한다고 말한다. 사진을 찍거나 짧은 메모를 남기고, 간단한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나들이가 특별한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시장이나 카페에서 나누는 짧은 대화 역시 사회학적 관점에서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며, 여행의 감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철학자 메를로퐁티가 말한 낯선 시선을 빌려 평범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도 아보하적 여행의 핵심이다. 익숙한 길과 장소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게 되며, 이는 작은 일상 속에서 무탈한 여유를 발견하게 한다. 결국 아보하적 여행은 먼 곳으로 떠나는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짧은 이동과 관찰, 기록, 연결, 그리고 새로운 시선을 통해 평범함을 다시 풍요롭게 만드는 실천이다.

평범한 하루 속에 숨어 있는 진짜 여행

아보하 감성 여행은 멀리 가지 않아도 이미 시작된다. 시장의 소음, 공원의 햇살, 카페의 창가 등 이 모든것이 바로 여행이다.
심리학은 그것이 회복을 만든다고 말하고, 사회학은 그것이 사회적 신뢰를 높인다고 말한다. 철학은 그것이 시선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개인들의 사례는, 그 모든 것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증명한다.
아보하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여행은 장소가 아니라 태도다. 무탈한 하루를 여행처럼 살아가는 것, 그것이 가장 소중한 아보하적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