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건전지 분리배출 교육, 학교에서만 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이였습니다. 정말 우연히 아이의 초등학교 환경 숙제 공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가정에서 나오는 폐건전지를 2주 동안 모아오세요’라는 과제가 적혀 있었고, 처음에는 단순한 폐건전지 수거 활동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숙제를 계기로 우리 가족의 생활 습관, 특히 아이의 환경 인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하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폐건전지를 함께 모으는 일은 생각보다 작은 수고로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발견한 변화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아이와 함께한 이 미션은 단순히 ‘버릴 건전지를 모아놓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무엇을 버리는지 돌아보게 되었고, 놀랍게도 건전지가 사용되는 기기를 찾아보며 우리 집의 전자기기 사용 방식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폐건전지가 정확히 어떤 쓰레기인지, 어떻게 배출해야 하는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던 아이가 2주 후에는 정확히 분리하고, 가족에게 알려주는 ‘작은 환경 선생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2주 동안의 작지만 의미 깊은 변화 과정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일상 속에서 폐건전지를 인식하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첫날, 아이와 함께 저희집 안의 리모컨, 벽시계, 장난감 등을 돌며 배터리가 들어간 제품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 건전지가 사용되고 있었고, 일부는 오랜 사용으로 수명이 거의 다 된 상태였습니다. 기존에는 건전지의 수명이 다하면 아무 생각 없이 서랍이나 비닐봉투에 던져두는 습관이 대부분이었지만, 미션이 시작되자 아이는 건전지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이의 시선이 변화한 것은 단지 수거 활동을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하나씩 발생하는 폐건전지를 직접 손에 쥐고, 그것이 잘못 버려졌을 때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해주자 아이는 폐건전지를 ‘그냥 쓰레기’가 아닌 ‘조심해서 처리해야 할 물건’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 번은 비 오는 날 버려진 폐건전지가 흙길에 누액을 남기는 장면을 본 이후, 아이는 건전지를 절대 아무 데나 두지 않겠다고 말하며 스스로 수거함을 만들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폐건전지 수거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가족 전체로 확산되었습니다
2주간의 폐건전지 미션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는 매일 자기만의 작은 박스에 건전지를 모아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하루에 발생한 양은 많지 않았지만, 기록을 통해 폐건전지의 양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며 아이는 스스로 ‘자원 낭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건전지를 평소에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검색과 영상 탐색까지 해보는 등 자발적인 학습 태도까지 나타났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변화는 아이의 행동이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입니다. 동생은 ‘형이 하는 걸 따라서’ 폐건전지를 버릴 땐 꼭 물어보게 되었고, 부모로서도 건전지를 교체할 때마다 아이에게 먼저 보관함에 넣으라고 권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행동은 강제성이나 누구의 지시 없이도 가족 전체가 분리배출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다음 표는 2주간의 활동을 주차별로 요약한 것입니다.
주차 | 주요 활동 내용 | 아이의 인식 변화 및 행동 |
1주 차 | 건전지 있는 기기 찾기, 보관함 만들기 | 폐건전지가 어떤 쓰레기인지 이해함 |
2주 차 | 매일 수거 기록, 분리배출 요령 학습 | 정확한 분리배출 실천, 동생에게 설명하며 실천 유도 |
표에서 보듯이 단기간이었지만, 아이의 인식 변화는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폐건전지를 숙제를 하기위해 ‘모으는 대상’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자원’으로 받아들이게 된 점은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미션이 단지 아이 개인의 과제에 머물지 않고 가족 단위의 실천으로 확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폐건전지를 수거하는 행동이 단순히 정리정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습관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폐건전지를 모으기 위한 보관함을 만들면서 아이는 단순한 상자가 아닌, 용도에 맞게 칸을 나누고, 라벨을 붙이고, 배출일을 적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아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만들었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탐색하면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더욱 깊이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가족과 함께 관련 다큐멘터리나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폐건전지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폐건전지가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될 경우 공기 중으로 중금속이 방출될 수 있고, 매립되었을 경우 토양 오염을 일으킨다는 설명에 아이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는 폐건전지를 ‘버리는 것’이 아닌, ‘어떻게 잘 보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폐건전지를 수거함에 가져다 놓고 돌아오던 길에 아이가 말한 한마디였습니다. “엄마, 건전지한테도 집이 있어야 하는 거네.” 이 짧은 말 속에는 아이가 그동안 배운 지식과 감정, 그리고 실천을 통해 체득한 ‘자원순환’의 개념이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교육이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마음에 남고, 스스로 사고하게 되는 경험은 그 어떤 수업보다도 오래 지속되는 힘을 갖습니다.
폐건전지를 통해 아이가 배운 것은 단지 환경지식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족은 이러한 폐건전지 수거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단순히 건전지를 수거하는 방법만 익힌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던 물건 하나에도 책임 있는 태도를 갖는 법, 작지만 꾸준한 실천이 얼마나 큰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알아보고, 실천하고, 가족을 설득하고, 결과를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일상 속 환경 실천가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폐건전지는 그 자체로 유해물질을 포함한 폐기물이지만, 동시에 자원으로 순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입니다. 아이와 함께한 이 미션을 통해 우리 가족은 그 가능성을 몸소 경험했고, 이후에도 이 습관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폐건전지를 올바르게 처리하는 일은 더 이상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 우리 아이가 먼저 나서서 챙기는 ‘작은 책임감’의 표현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지 2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가정 내 환경교육의 가능성과 실천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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